벚꽃이 활짝 핀 식목일 전날,
제주에서 린둥이들과 함께
처음 맞이한 식목일을 보냈어요.
23개월 린둥이 자매,
어린이집 마당에 앉아
조심스럽게 흙을 만지고
작은 화분에 고무나무를 심었습니다.
초록 앞치마에 분홍색 모자,
삽보다 큰 손잡이를 꼭 쥐고
작은 손으로 흙을 떠 담는 모습이
참 기특하고 사랑스러웠어요.
아이들 이름이 적힌 팻말이
하나씩 꽂힌 화분을 보며
“아, 이 아이들도 누군가를 돌보는 법을
조금씩 배우고 있구나” 싶었답니다.
물을 주는 손길은 아직 서툴고,
화분을 들고 걷는 발걸음은 흔들리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은
생각보다 꽤 단단하고 조심스러웠어요.
⸻
며칠 후,
린둥이들이 가져온 고무나무에
물을 주고 있는데
아무 말 없이 다가간 서린이가
자기 얼굴이 그려진 이름표를
손끝으로 가만히 만지더니
고무나무 잎을 살살 쓰다듬더라고요.
“이건 내 나무야.”
말로 하진 않았지만
엄마는 그걸 알아챌 수 있었어요.
그 작은 손끝에
기억과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거든요.
⸻
아이도 자라고,
나무도 자라고,
그 옆에서
저도 조용히 같이 자라고 있습니다.
⸻
엄마의 짧은 일기:
오늘도 아이와 함께,
작은 계절 하나를 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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