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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스토리&육아에세이

고열 뒤 찾아온 23개월의 감정 폭풍, 언니의 작은 위로

by 린둥이하우스 2025. 4. 7.

지난주, 우리 집 둘째 서린이가 고열로 고생했어요. 밤새 열이 39도를 넘나들고, 아무것도 못 먹고, 힘없이 축 늘어져 있던 모습에 부모인 저도 눈물 날 뻔했죠. 그렇게 며칠을 앓고 나서 기적처럼 열이 내리더니… 이제 좀 안정을 찾나 했는데,
새로운 시련이 시작됐습니다. 이름하여 ‘감정 폭풍기’!


고열을 앓고 난 후 달라진 아이

몇 주 전, 23개월 된 우리 서린이가 갑작스런 고열로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밤새 열이 올라 걱정으로 간호하던 날들이 지나고 다행히 몸은 회복되었지만, 이상하게도 열이 내린 후부터 서린이의 감정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예전보다 기분 기복이 심해지고, 작은 요구라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금세 울음을 터뜨리며 떼쓰는 모습을 보였어요. 병치레를 겪으며 한 뼘 더 자란 걸까요? 고열 이후 마치 폭풍처럼 찾아온 감정 변화에 부모로서 당혹스럽기도 하고 걱정도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혹시 드디어 소문으로만 듣던 그 미운 두 살이 찾아온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실제로 아이들은 보통 18개월을 지나면서 자기주장이 강해지고 “싫어!”, “안 해!” 같은 말을 배워가며 본격적으로 떼쓰기를 시작한다고 하지요


의사쌤 말로는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

소아과 진료 중, 의사쌤이 그러시더라고요.

“아이들이 아프고 나면 감정 조절력이 잠시 흔들릴 수 있어요. 특히 2세 전후는 자아가 빠르게 자라는 시기라, ’내가 원하는 걸 왜 못해?’라는 감정이 커지거든요.”

그 말을 듣고 한숨 돌렸어요. 우리 애만 그런 게 아니구나,
이건 또 하나의 성장통이구나—하고요.


Episode
오늘 아침 등원 전 떼쓰기 전쟁

출근준비하는데 서린이가 갑자기 깨서 엄마를 찾으며 울기 시작했어요. 안아주며 더 자자고 토닥이며 눕혀서 진정이 됐지요. 그때 예린이가 일어나 저에기 안기며 잠드는데 서린이가 그때부터 울고불고 떼스기 시작했어요🥲
아무리 달래도 진정되지 않는 서린이

쌍둥이 언니의 따뜻한 도움

흥미롭게도, 서린이와 한날한시 태어난 쌍둥이 언니 예린이가 동생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보였어요. 같은 23개월이라도 예린이는 비교적 차분하고 순한 성격이라 그런지, 동생이 울고 떼쓸 때 함께 울거나 휘말리기는커녕 오히려 동생을 달래주는 작은 어른 같은 면모를 보였네요🥹 아침의 전쟁 통 속에서도 언니 예린이는 조용히 옆에서 동생을 지켜보다가, 서린이가 바닥을 뒹굴며 울음을 터뜨릴 때 자기 입에 물고 있던  쪽쪽이를 살짝 빼서 동생 입에 넣어주었습니다. 그러고는 토닥토닥 서린이의 등을 쓰다듬어 주더군요.
그 순간 참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이를 달래느라 속이 타들어가던 제 앞에서, 겨우 말을 떼기 시작한 23개월 아기인 예린이가 자기만의 방법으로 동생을 위로하는 모습이라니요.
그런데 그 옆에서 조용히 서린이를 바라보던 쌍둥이 언니 예린이가
자기 입에 물고 있던 쪽쪽이를 꺼내 동생에게 쥐여주고,
작은 손으로 등을 토닥이더라고요.

순간, 아이들끼리도 이런 공감과 위로가 가능하구나 싶어
뭉클하고, 또 부끄럽기도 했어요.
엄마인 저는 그저 화내고 버티기만 했는데,
예린이는 공감하는 방법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거죠.

그래도 좀처럼 달래지지 않는 서린이였지만
언니의 작은 위로가 동생에게는 큰 힘이 되는 모습을 보며, 우리 어른들도 아이의 큰 감정 앞에서는 이렇게 먼저 공감의 손길을 건네야 하는 게 아닐까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미운 두 살”이 주는 성장통 이해하기
서린이의 떼쓰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이 모든 변화가 아이의 성장통이라는 걸 받아들이니
예전보다 한결 마음이 부드러워졌어요.

아이의 마음을 다그치기보다
“화났구나, 속상했구나” 하고 감정을 말로 먼저 읽어주고,
“근데 이건 이렇게 해보는 건 어때?” 하고 선택지를 주는 연습도 해보고 있어요.



육아는 오늘도 우리를 단단하게 만든다

매일 아침 울음과 웃음이 반복되지만,
그 속에서 아이는 자라고,
저도 부모로서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어요.

언니가 동생에게 내민 쪽쪽이 하나,
그 작은 손길 하나에 담긴 다정함과 공감처럼
저도 아이의 감정을 먼저 안아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완벽한 하루는 없지만, 서로를 안아주는 하루는 만들 수 있으니까요.